"국민은 허리띠를 조르는데 공기업은 쌈짓돈처럼"... LH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
"국민은 허리띠를 조르는데 공기업은 쌈짓돈처럼"... LH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
자녀 입학식 선물 하나 고르는 데도 예산을 따지는 게 요즘 현실인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직원 자녀 입학 축하 명목으로 백화점에서 760만 원짜리 법인카드를 긁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솔직히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번 LH 법인카드 사용 논란이 왜 단순한 예산 실수로 넘길 수 없는 문제인지, 다양한 시각을 짚어봤습니다.
760만 원의 배경: 무슨 명목으로, 어디서 결제됐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5년 3월 13일, 경남 진주시 한화갤러리아 진주점에서 총 759만8320원을 세 차례에 걸쳐 분할 결제한 사실이 국회 김미애 의원실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500만 원, 200만 원, 59만 원으로 나뉜 이 결제의 명목은 직원 자녀 입학 축하 행사였습니다. 그리고 2026년에는 같은 명목의 사용 내역이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분할 결제(split payment)란 한 번에 처리해야 할 금액을 여러 건으로 나눠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법인카드 사용 한도를 우회하거나 승인 절차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내부 감사에서 특히 주목하는 패턴 중 하나입니다. 제가 직접 공공기관 관련 예산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런 분할 패턴은 고의성 여부를 떠나 내부 통제 시스템 자체에 구멍이 있다는 신호로 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복리후생비(fringe benefit cost)란 임직원의 근무 의욕 향상과 생활 안정을 위해 기업이 급여 외로 지출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법인카드 사용 규정상 복리후생비 항목으로 분류되더라도, 공기업의 경우 그 범위와 한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례는 직원 본인도 아닌 '자녀'의 입학 축하까지 법인카드 지출 범위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기준선 자체가 어디까지 늘어났는지 의문이 듭니다.
특히 이 지출이 경남 진주 본사에서, 2025년 한 해에만 확인됐다는 점은 전국 단위의 관행이 아니라 특정 사업장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집행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이게 더 문제입니다. 본사마다, 담당자마다 법인카드 집행 기준이 다르다면 그건 내부 통제 체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
방만 경영의 민낯: 공기업 법카 관리의 구조적 허점
공기업 법인카드 남용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런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립니다. "담당자 개인의 일탈"로 보는 시각도 있고,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란 감시나 제재가 없을 때 당사자가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걸리는 지점이 바로 이겁니다. 2025년에는 760만 원이 집행됐는데 2026년에는 0건이라는 사실이, 해당 지출이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중단됐음을 보여줍니다. 외부에서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내부에서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국토교통부는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예산 집행 지침을 통해 법인카드 사용 목적과 용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예산은 공공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만 집행돼야 하며, 임직원 개인적 이익을 위한 지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물론 '직원 자녀 입학 축하'가 복리후생비 항목으로 명문화돼 있다면 규정 위반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공공기관에 적합한 지출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방만 경영(inefficient management)이란 조직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경영 행태를 말합니다. 공기업 방만 경영 사례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 내부 결재 라인이 형식적으로 운영되어 실질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
- 복리후생비 항목이 과도하게 넓게 정의되어 있어 자의적 집행이 가능한 환경
- 외부 감사나 국정감사 이전까지는 내부 제보나 자체 시정이 거의 없는 문화
- 적발 이후에도 관련자 문책보다 '제도 개선'으로 마무리되는 관행
제 경험상 이건 LH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매년 국정감사 시즌마다 비슷한 사례가 공기업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걸 봐왔습니다. 그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말이 반복되지만, 이듬해 감사에서 또 비슷한 항목이 등장합니다. 처벌 수위가 낮고 내부 감시가 작동하지 않으면 구조는 바뀌지 않습니다.
기획재정부가 매년 공개하는 공공기관 경영 공시(알리오)를 통해 법인카드 사용 현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ALIO에서 각 기관의 경영 정보를 직접 조회할 수 있는데, 법인카드 세부 내역까지는 이 시스템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이번처럼 국회 의원실을 통해 자료를 확보해야만 실상이 드러나는 구조가 문제의 또 다른 뿌리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감사와 제도 개선의 방향
이번 사건을 두고 "일선 담당자가 잘못 집행한 것뿐이고 LH 전체를 매도할 필요는 없다"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도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건의 잘못된 집행이 가능했던 건 결국 그걸 막지 못한 시스템 때문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예산 집행의 적정성 심사(appropriateness review)란 지출 금액이 규정에 맞는지 여부를 넘어, 해당 지출이 기관의 공적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공기업 내부 감사는 지출 증빙 서류의 형식 적합성만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류상 복리후생비로 분류됐다면 통과되는 구조라는 얘기입니다. 이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지출의 '목적 적합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명문화되어야 합니다.
감사원(Board of Audit and Inspection of Korea)은 공공기관 예산 집행에 대한 독립적 감시 기구입니다. 이번처럼 국회 의원실이 자료를 요청해야만 실태가 드러나는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감사원이나 기획재정부 주도로 전국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 및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한 정기적이고 전수적인 감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백화점 분할 결제라는 패턴이 내부에서 아무런 경고 없이 통과됐다는 사실이요. 기업에서는 법인카드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을 운용하는 곳도 많은데, 그보다 훨씬 엄격해야 할 공기업에서 이런 패턴이 내부 필터를 그냥 통과했다는 건, 이상 거래 탐지(anomaly detection) 즉, 평소 패턴에서 벗어난 지출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시스템 자체가 없었거나 형식적으로만 운용됐음을 의미합니다.
가장 현실적인 개선 방향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복리후생비 항목을 '직원 본인'으로 명확히 한정하고, 직계 가족까지 확대하려면 이사회 의결과 공시를 거치도록 의무화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법인카드 월별 사용 내역을 알리오 시스템에 항목별로 자동 공개하도록 해, 외부의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투명성이 결국 가장 강력한 억제제라는 건 제 생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LH가 이번에 사용한 법인카드 지출이 법적으로 위법한 건가요?
A. 현재로서는 규정 위반 여부보다 '집행의 적정성' 문제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내부 복리후생 규정에 해당 항목이 포함돼 있다면 법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것이 공공기관에 어울리는 지출인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관련자 문책 여부는 추후 감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공기업 법인카드 사용 내역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A.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에서 각 기관의 경영 공시 자료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인카드 세부 사용 내역까지는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번처럼 국회 의원실의 자료 요청을 통해야 실상이 드러나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Q. 분할 결제가 왜 문제가 되나요?
A. 분할 결제는 그 자체로 위법은 아니지만, 법인카드 결제 한도를 회피하거나 내부 승인 절차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감사 시 중점 확인 대상이 됩니다. 이번처럼 수백만 원 규모의 금액이 같은 날 같은 가맹점에서 세 번에 나뉘어 결제됐다면, 집행 근거와 승인 경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패턴입니다.
Q. 이번 사건 이후 LH 측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요?
A.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 기준으로는 LH의 공식 해명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2026년에 같은 명목의 지출이 사라진 것을 두고 자체 시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외부 문제 제기 이전에 내부에서 먼저 바로잡힌 것인지는 불분명합니다. 향후 감사 결과나 공식 입장 발표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760만 원이라는 숫자보다 더 불편한 건, 그게 아무런 내부 저항 없이 통과됐다는 사실입니다. 공기업의 예산 투명성과 내부 통제는 선택이 아니라 존재 이유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관계 당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공공기관의 복리후생비 집행 실태를 전면 점검하고, 상시 공개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독자분들도 알리오 시스템을 통해 주요 공기업의 경영 공시를 직접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아는 만큼 묻고, 묻는 만큼 바뀝니다.
--- 참고: https://www.instagram.com/p/DeYZlaLTL91/?psln=eHFjYmdiaWMzZHc%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