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강간범이 '국가유공자'? 상식을 뒤엎은 정부의 재심의

살인·강간범이 '국가유공자'? 상식을 뒤엎은 정부의 재심의

살인·강간 등 강력범죄로 유공자 자격이 박탈되었던 이들이 재심의를 거쳐 국가유공자로 복원될 수 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저는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보훈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었고, 주변의 참전 용사 어르신들을 떠올리며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보훈 제도란 무엇인가, 다시 짚어보다

보훈(報勳)이란 국가나 사회를 위해 특별한 공헌이나 희생을 치른 이들에게 그 공적에 걸맞은 예우와 지원을 다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나라가 "당신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제도적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국가보훈부는 이 보훈 제도를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국가유공자 등록부터 예우·지원까지 전반을 담당합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봐온 참전 용사 어르신 한 분은 6·25 전쟁 당시 부상을 입고도 수십 년간 아무런 보상 없이 사셨습니다. 그분이 뒤늦게나마 국가유공자(國家有功者) 등록을 마치셨을 때 — 국가유공자란 전투, 공무, 교육훈련 등에서 신체적 희생을 치른 이에게 국가가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지위입니다 — 가족 모두가 얼마나 기뻐하셨는지를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지위가 얼마나 무겁고 소중한 것인지를 직접 곁에서 봤기 때문에, 이번 사안이 더욱 묵직하게 와닿습니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9조는 유공자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보훈 제도의 도덕적 권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출처: 국가보훈부 공식 홈페이지).

강력범죄자 복원, 어떤 논점이 충돌하는가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크게 두 가지 시각이 맞서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과거의 공적과 이후의 범죄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웁니다. 실제로 일부 법학자들은 이중처벌(二重處罰) — 형사 처벌을 이미 받은 사람에게 또다시 불이익을 주는 것 — 의 소지가 있다며 재심의의 법적 근거를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논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국가유공자 지위는 단순한 연금·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그 사람의 삶 전체에 "명예"를 부여하는 행위입니다. 살인이나 강간처럼 피해자의 삶을 영구적으로 파괴하는 범죄를 저지른 이에게 그 명예를 되돌려주는 것이 과연 공동체의 가치 기준과 양립할 수 있는지, 저는 솔직히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법적 용어로 정리하면, 문제의 핵심은 취소 처분의 재량성(裁量性)에 있습니다. 재량성이란 법이 행정청에 판단 여지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재심의 과정에서 그 재량이 어떤 기준과 원칙에 따라 행사되었는지가 이번 논란의 진짜 쟁점입니다. 기준이 투명하지 않으면, 어떤 결론이 나오든 국민이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주변에 강력범죄 피해를 당한 분이 계십니다. 그분이 가해자와 관련된 소식을 마주할 때마다 얼마나 힘들어하시는지를 가까이서 지켜보았기에, 2차 피해(二次 被害) — 범죄 이후 사회적 과정에서 피해자가 추가로 입는 정신적·심리적 상처 — 라는 단어가 저에게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가해자가 사회적 명예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은 어떤 법 조문으로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보훈 기준이 흔들릴 때 사회는 무엇을 잃는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보훈의 가치는 단순히 특정 개인을 예우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국가와 사회를 위한 희생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은 대우가 따른다"는 사회적 신호(Signal), 즉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보내는 묵시적 약속입니다. 이 신호가 흔들리면 법치(法治) — 법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원칙 — 전반에 대한 신뢰가 함께 흔들립니다.

보훈 기준의 일관성이 왜 중요한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유공자 지위의 도덕적 권위가 유지되어야 청년 세대가 국가적 헌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2. 명확하고 일관된 취소·복원 기준이 없으면 행정 재량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작동할 위험이 생깁니다.
  3.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 가해자의 명예 회복 절차가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고려하는 절차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4. 보훈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됩니다. 지원 대상의 도덕적 적합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집니다.

법무부와 국가보훈부가 유공자 결격 사유 기준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식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법무부 공식 홈페이지). 제도의 투명성을 따지고 싶은 분들께는 해당 자료를 직접 살펴보실 것을 권합니다.

전망: 이 논란이 남기는 과제

솔직히 저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행정 오류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정치적 기조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법률 해석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집니다.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지만, 적어도 재심의 과정의 기준과 절차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한편, 이런 논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행법상 취소 기준이 "금고 이상의 형"이라는 형식적 요건에 집중되어 있어, 범죄의 성격이나 피해의 심각성을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부에서는 강력범죄에 대한 별도의 결격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결격 요건의 명확화, 재심의 기준의 공개, 피해자 의견 수렴 절차의 도입 — 이 세 가지가 함께 논의되지 않는다면 이번 논란은 일회성 사건으로 소비되고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훈은 정치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여야 합니다. 그 원칙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상처받는 것은 묵묵히 살아온 유공자 본인과 그 가족들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가유공자 자격은 어떤 경우에 박탈되나요?

A.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9조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등록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취소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 판단이 개입하며, 이번 논란은 바로 그 재량이 어떤 기준으로 행사되었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살인·강간 등 강력범죄는 피해자에게 영구적인 손상을 남기는 만큼, 복원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Q. 재심의를 통해 복원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인가요?

A. 보훈 제도 역사상 재심의를 통해 유공자 지위가 복원된 사례 자체가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처럼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이들이 대상이 되어 사회적 공론화가 이루어진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재심의의 세부 기준과 대상자 목록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보입니다.

Q. 피해자 측의 입장이나 권리는 이 과정에서 어떻게 보호되나요?

A. 현행 재심의 절차에는 범죄 피해자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는 단계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점이 2차 피해 우려와 직결됩니다. 일부에서는 가해자의 명예 회복 절차에 피해자 통지 및 의견 제출 기회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그 방향이 적어도 절차적 공정성 측면에서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이런 사안을 어디서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나요?

A. 국가보훈부 공식 홈페이지(mpva.go.kr)에서 유공자 등록·취소 관련 법령과 고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심의 결과나 대상자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경우에는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치적 해석이 분분한 사안인 만큼, 1차 자료를 직접 확인하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보훈은 누군가의 헌신을 공동체가 기억하는 방식입니다. 그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사람들은 제도 자체를 불신하게 됩니다. 재심의 기준의 명확화와 절차의 투명성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국가보훈부 공식 채널과 관련 입법 동향을 직접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 참고: https://www.instagram.com/p/DeJr0glhv8n/?stkn=OG96MnhmOG14ajR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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