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AI' 전격 중단? 뚜렷한 대책 없는 판 갈이에 쏟아지는 예산 낭비 비판

'국가대표 AI' 전격 중단? 뚜렷한 대책 없는 판 갈이에 쏟아지는 예산 낭비 비판

정부가 야심 차게 밀어붙이던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를 접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소식이 업계를 강타했습니다. 지난해 8월 공모를 통해 선발된 5개 기업이 3차례 평가까지 소화한 시점에서 나온 이야기라, 솔직히 처음 접했을 때 황당함을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정책이 흔들리는 동안 현장은 어떻게 되는지, 이번 사태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SPC 설립, 과연 새로운 해법인가

이번에 거론되는 SPC, 즉 특수목적법인(Special Purpose Company)이란 특정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설립되는 별도 법인을 뜻합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나 프로젝트 파이낸싱에서 자주 쓰이는 구조인데, 정부가 AI 모델 개발에 이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얼핏 참신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SPC 체제로 가면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지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결국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대기업 위주로 판이 짜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프런티어급 AI 모델 개발이란 인간 전문가 수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최첨단 AI를 만드는 일인데, 그 과정에서 요구되는 컴퓨팅 자원과 인력 규모는 자금력 없이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대기업이 주도하면 오히려 안정적인 거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논리가 AI 생태계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글로벌 AI 혁신의 상당 부분은 Mistral, Cohere 같은 중소 스타트업에서 나왔습니다. 규모가 작아도 집중력 있게 특정 분야를 파고드는 연구진이 내놓는 성과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은, AI 업계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분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실 겁니다. SPC 체제가 그런 가능성을 처음부터 틀어막는 구조가 된다면, 이건 해법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시작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AI 관련 정책 방향을 보면(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역량 강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이번 SPC 전환 논의가 그 방향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정부 스스로도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스타트업 배제, 생태계가 얕아진다

제가 이번 개편 논의에서 가장 뼈아프게 느끼는 부분이 바로 스타트업 배제 문제입니다. 치열하게 경쟁해서 선발까지 됐는데, 갑자기 판 자체가 바뀐다면 그 회사들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겁니다. 저도 스타트업 환경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입장에서, 이 부분이 그냥 숫자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압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자주 거론되는 '데스밸리(Death Valle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초기 창업 이후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금이 고갈되는 위험 구간을 말하는데, 국가 프로젝트 참여를 믿고 달려온 AI 스타트업들이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으로 이 데스밸리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정부 프로젝트에서 탈락하면 민간 투자 유치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SPC 참여에 필요한 자본 요건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대규모 법인 설립과 운영에는 막대한 재원이 뒤따릅니다.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여기서 의미 있는 지분이나 역할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스타트업도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실제 운영 구조를 보면 어떤 형태로 참여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다음은 스타트업이 SPC 체제에서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장벽들입니다.

  1. 초기 출자금 및 지분 취득에 필요한 대규모 자본 요건 충족 어려움
  2. 대기업 주도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기술 방향이나 개발 우선순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
  3. 프로젝트 진행 중 추가 자금 조달 요구 시 대응 역량 한계
  4. 기존 국가대표 AI 선발 과정에서 쌓은 평가 이력이 새 SPC 구조에서 연계되지 않을 가능성

이 목록을 보면, 참여 기회의 형식적 개방이 실질적인 접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한국벤처투자 등 관련 기관이 생태계 균형을 위한 보완책을 함께 설계하지 않는다면(출처: 한국벤처투자), 이번 전환은 결국 대기업 지원 사업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책 일관성, 왜 이렇게 무너지는가

국가대표 AI 프로젝트는 지난해 8월 공모를 통해 5개 기업을 선발하고, 3차례 평가를 거쳐 이르면 올해 안에 최종 2팀을 추릴 예정이었습니다. 여기까지 투입된 행정력과 예산, 그리고 참여 기업들이 쏟아부은 자원을 생각하면, 중도 방향 전환의 비용은 단순히 돈으로만 계산되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정부 정책을 믿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드는 '신뢰 비용'까지 따져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될 때마다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앞세운 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해 온 역사는 짧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IT 정책 사이클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사업이 바뀌는 속도가 기술이 성숙하는 속도보다 빠를 때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씨앗이 싹도 틔우기 전에 밭을 갈아엎는 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평가 공정성 논란이 이번 중단 검토의 배경 중 하나로 거론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가 기준의 투명성, 즉 어떤 기준으로 어떤 기업을 선발하고 탈락시키는지를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프로젝트 자체의 정당성이 흔들립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SPC라는 새 틀로 갈아탄다 해서 신뢰가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같은 논란이 다른 이름으로 반복될 뿐입니다.

AI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이란 대규모 데이터로 사전 학습된 뒤 다양한 하위 과제에 활용되는 범용 AI 모델을 말합니다. 이를 자체적으로 보유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성과가 아니라 디지털 주권, 즉 외국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핵심 AI 기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과 직결됩니다.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작한 프로젝트라면, 방향을 바꾸더라도 그 철학만큼은 이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야 하는가

비판만 늘어놓으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국가 프로젝트가 이렇게 빠르게 흔들릴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 이 시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PC 전환이 확정된다면, 그 안에 어떤 설계가 담기느냐가 전부입니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SPC여도 스타트업이 기여할 틈은 있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틈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보장된 역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SPC 참여 기업의 일정 비율을 중소·스타트업으로 의무화하거나, SPC 외에도 병렬적으로 스타트업 전용 지원 트랙을 유지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가지 않으면, SPC는 결국 자본력 있는 몇몇 기업의 리그가 되고 맙니다.

기술 주권(Technology Sovereignty)이란 자국이 핵심 기술의 개발·운용·통제 능력을 독립적으로 보유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미국, 유럽, 중국이 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이 이 경쟁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점하려면 단기 성과보다 생태계 지속 가능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문제는 판을 자주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지금 있는 판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쪽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거버넌스(Governance), 즉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소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SPC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입니다. 기존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에서 불거진 평가 공정성 논란이 SPC 체제에서 재현되지 않으려면, 독립적인 외부 검증 기구와 공개된 성과 지표가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국가대표 AI 프로젝트가 왜 중단 검토에 들어간 건가요?

A. 정확한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업계에서는 평가 공정성 논란과 프로젝트 유지 부담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3차례 평가를 진행하면서 선발 기준의 투명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이것이 프로젝트 전체 신뢰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SPC로 전환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해소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Q. SPC 설립 방식으로 가면 기존 국가대표 AI 선발 기업들은 어떻게 되나요?

A. 현재로선 공식 확정 전이라 구체적인 처우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존 선발 기업들과의 연계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우려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됐던 기업들의 연구 성과나 투자 비용이 어떻게 반영될지, 정부가 반드시 명확히 밝혀야 할 부분입니다.

Q. 스타트업도 SPC에 참여할 수 있나요?

A. 형식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참여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SPC 설립과 운영에는 대규모 자본 참여가 전제되는 경우가 많아,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의미 있는 지분이나 의사결정 권한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구조적 보장 없는 참여 기회는 실질적인 포용이 아니라고 봅니다.

Q. 프런티어급 AI 모델 개발은 왜 중요한가요?

A. 프런티어급 AI 모델이란 현재 인류가 보유한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구현한 모델을 말합니다. 이를 자국 내에서 개발하고 운용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디지털 기술 주권의 핵심입니다. 외국 플랫폼에 의존할 경우 데이터 주권, 서비스 연속성, 안보 민감 분야 적용 등에서 심각한 취약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Q. 정부 AI 정책이 자주 바뀌는 건 한국만의 문제인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기술 패권 경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여러 국가에서 정책 수정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정권 교체나 부처 간 역학 변화에 따라 기술 정책의 연속성이 특히 취약한 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제 경험상 정책이 자주 바뀌는 환경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장기 R&D 투자를 기피하게 되고, 이는 결국 생태계 전체의 체력을 약화시킵니다.

이번 국가대표 AI 프로젝트 중단 검토 소식은, 우리가 얼마나 탄탄한 기술 정책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계기입니다. SPC로의 전환이 단순한 판 갈이가 아니라 진짜 도약의 발판이 되려면, 스타트업을 포함한 다양한 플레이어가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 설계가 먼저입니다. 정책 결정 전에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고, 저도 관련 공식 발표가 나오는 대로 다시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 참고: https://www.instagram.com/p/Dd2Z46rzoC6/?stkn=b2w3ZjlpbG5xcX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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