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에 세금까지 쥐어짜는데… 6,600억 대북 예산 ‘0원’ 집행에 터져 나오는 한숨

대출규제에 세금까지 쥐어짜는데… 6,600억 대북 예산 ‘0원’ 집행에 터져 나오는 한숨

올해 정부가 북한 주민 구호와 민생협력에 편성한 예산이 6,676억 원을 넘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실제 북한에 전달된 인도지원액은 정확히 0원이었습니다. 이 숫자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보면 저도 순간 멍해졌습니다. 과연 이 예산은 어떻게 쓰일 것인지, 아니면 또 한 해를 그냥 넘길 것인지,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6,676억 원, 숫자가 말하는 것

올해 통일부가 편성한 대북 인도적 지원 관련 예산 총액은 6,676억1천만 원입니다. 이 가운데 5,157억8천만 원은 9월 현재 집행 시기와 집행 예상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전체 예산의 약 77%가 언제 쓸지조차 미정이라는 뜻입니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증가 폭입니다. 이 예산은 전년 대비 90.6% 늘어난 수치입니다. 제가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든 생각은 "이게 인도주의적 의지의 표현인가, 아니면 정책 방향을 숫자로 보여주려는 것인가"였습니다. 물론 둘이 꼭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수치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실제 북한 주민에게 물자 한 포대가 더 전달되지는 않으니까요.

통일부는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증액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이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인도적 교류를 통해 남북 간 신뢰를 쌓아나가는 중장기 외교·안보 전략을 가리킵니다.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방향과 예산 집행의 현실 사이 간극이 이렇게 크면,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설득력이 절반은 깎입니다.

참고로 통일부의 공식 대북정책 관련 예산 현황과 집행 기준은 통일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집행률이라는 현실의 벽

집행률(執行率)이란 편성된 예산 중 실제로 사용된 비율을 뜻합니다.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데, 대북 인도적 지원 예산에서 이 수치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지난해 집행률은 사실상 0%였습니다. 북한이 외부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문을 걸어 잠근 상태에서 아무리 예산을 편성해도 실제 전달이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조금 다른 시각도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대화 재개를 위한 신호탄으로 예산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논리가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외교에서 준비된 자세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협상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실효성(實效性), 즉 실제로 의도한 효과가 나타났는지를 기준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집행 시기조차 불투명한 예산 5,000억 원이 넘게 계상된 상황에서 "이 돈이 올해 안에 북한 주민에게 실제로 닿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를 솔직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목적지가 불분명한 예산은 집행 과정에서 다른 용도로 흘러가거나 그냥 이월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래는 대북 인도적 지원 예산을 둘러싼 주요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1. 예산 편성 규모(6,676억 원)와 지난해 실제 집행액(0원) 사이의 괴리
  2. 전체 예산의 약 77%에 해당하는 5,157억 원이 집행 시기 미정 상태
  3. 전년 대비 90.6% 증액의 근거와 집행 가능성에 대한 투명한 설명 부재
  4. 북한의 지원 수용 의지 없이 편성되는 예산의 외교적 실효성 논란
  5. 세금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사후 관리 및 평가 체계의 필요성

인도주의와 현실 정치 사이

인도주의(人道主義, humanitarianism)란 정치적·이념적 입장을 넘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원칙입니다. 굶주리는 북한 주민을 돕는 것은 인도주의 원칙에서 보면 논쟁의 여지가 없는 당위입니다. 저도 그 부분에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인도주의적 명분이 현실 정치의 틀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입니다. "북한 주민을 돕는다"는 기치 아래 편성된 예산이 실제로는 남북 관계의 정치적 국면에 따라 집행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라면, 그건 엄밀히 말해 순수한 인도주의 예산이 아니라 정치 예산에 가깝습니다. 이 점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진 분들도 상당히 많은데, 저는 그 비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지원 의지를 예산으로 선제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남북 신뢰 회복의 첫 단계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통일연구원(KINU)의 기존 연구에서도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장기적으로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논의를 접했을 때는 "맞는 말이긴 한데, 그게 지금 이 규모와 구조에서도 성립하는 이야기인가"라는 의문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결국 인도주의적 명분과 정치적 현실은 완전히 분리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둘 사이에서 예산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를 국민이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투명한 집행이 진짜 평화공존의 토대다

재정 투명성(財政透明性, fiscal transparency)이란 정부 예산의 편성·집행·평가 과정이 국민에게 공개되고 검증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입니다.

솔직히 이번 예산 발표를 보면서 제가 가장 답답했던 건 규모가 아니라 불투명성이었습니다. 5,000억 원이 넘는 예산의 집행 시기를 "아직 미정"이라고 말하면서 90% 넘게 증액한 것은, 예산 편성의 기본 원칙인 사전 계획성(事前計劃性)에도 맞지 않아 보입니다. 사전 계획성이란 예산을 편성할 때 구체적인 사용 목적과 시기, 방법을 미리 정해두는 것을 가리킵니다.

"평화공존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이라는 설명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정책이 되려면 '얼마를 편성했는가'보다 '어떻게, 언제, 누구를 통해 실제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함께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아무리 숫자가 커도 전시행정(展示行政)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전시행정이란 실질적 효과보다 외형적 성과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는 행정을 뜻합니다.

제가 이 문제를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남북 관계처럼 변수가 많은 영역일수록 예산 집행의 조건과 기준을 더 엄격하게 세워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국민도 납득하고, 실제 지원이 이루어졌을 때도 그 의미가 더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북 인도적 지원 예산이 실제로 집행되지 않으면 그 돈은 어떻게 되나요?

A. 연도 내에 집행되지 못한 예산은 원칙적으로 이월(移越)되거나 불용(不用) 처리됩니다. 이월이란 해당 연도에 쓰지 못한 예산을 다음 연도로 넘기는 것이고, 불용은 아예 쓰지 않고 반납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이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국민 입장에서는 세금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하기가 어렵습니다.

Q. 북한이 지원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예산을 이렇게 크게 편성하는 이유가 뭔가요?

A. 정부 측 설명은 대화 재개 시 즉각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준비 예산 또는 신호 예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반면 북한의 수용 의지가 없는 현실에서 이 규모의 예산 편성은 실효성보다 정치적 메시지에 더 가깝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두 시각 모두 일정 부분 근거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건 집행 조건과 기준이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되느냐일 것입니다.

Q. 대북 인도적 지원이 실제로 북한 주민에게 전달된 사례가 있나요?

A. 2000년대 이후 쌀, 비료, 의약품 등이 남북 협력 채널을 통해 전달된 사례는 있습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부분의 지원 채널이 막혔고, 특히 코로나19 이후 북한 스스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실질적인 전달이 극히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Q. 이 예산이 군사 전용될 가능성은 없나요?

A. 대북 인도적 지원 예산은 국제기구나 민간단체를 통한 식량·의약품 지원에 한정해 편성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실제 전달 과정에서 북한 내부 배분 경로를 외부에서 통제하거나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은 오래된 과제입니다. 이 때문에 지원의 투명성과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금액의 크기보다 그 돈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입니다. 6,676억 원이라는 숫자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집행 계획과 사후 검증이 뒤따르지 않을 때 그 숫자가 공허해집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 관련 예산 동향이 궁금하신 분들은 통일부의 공식 발표와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함께 살펴보시면 전체 그림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참고: https://www.instagram.com/p/DdLC4UYH5_h/?stkn=MWc2d3BnOXEwMHp0cw%3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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