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개인 손실 '수십조'… 청와대 개입 의혹의 진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개인 손실 '수십조'… 청와대 개입 의혹의 진실
솔직히 저는 이 논란이 터졌을 때 "또 투자자들이 무리하게 베팅한 거 아니냐"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공개 회의 문건이 공개된 순간, 그 생각을 완전히 철회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배경이 업계 요청이 아닌 청와대 일방 결정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수십조 원대 손실을 입은 개인 투자자들의 배경에 이런 구조가 있었다는 사실은 분통을 넘어 배신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레버리지 ETF, 얼마나 위험한 상품인가
제 주변에서 이 상품에 손을 댔다가 계좌가 반토막 나는 걸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조금만 더 오르면 팔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결국 그 '조금'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번 논란을 접했을 때 피해자들의 심정이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Single Stock Leveraged ETF)란 특정 종목 하나의 주가 변동을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장지수펀드를 말합니다. 주가가 오르면 2배로 수익을 내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도 2배로 불어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음의 복리 효과(Negative Compounding Effect)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음의 복리 효과란 자산 가격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할 때 레버리지 구조 특성상 원금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주가가 100에서 50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100으로 회복해도,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는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품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실제 해외 사례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2022년에야 본격 상장됐고, 출시 직후부터 규제 당국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위험성 경고를 반복해서 발령했습니다(출처: 미국 SEC 투자자 경보).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충분한 투자자 보호 장치 없이 도입이 강행됐다는 점이 이번 논란의 핵심입니다.
변동성 확대 구조를 가진 이 상품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데는 상품 자체의 위험성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 투자 설명서에 위험 등급이 표기되어 있다고 해서 일반인이 음의 복리 효과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전문 트레이더들도 자주 간과하는 부분입니다.
비공개 회의 문건이 드러낸 것들
이번 논란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대목은 정부의 초기 해명입니다. "금융업계에서 상품 출시를 요청했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는데, 실제 비공개 회의 문건을 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직접 요청한 금융사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거짓 해명이 문건으로 반박된 셈입니다.
밀실 행정(closed-door policymaking)이란 이해관계자들과의 실질적 협의 없이 정책 결정권자가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는 방식을 뜻합니다. 이번 사례가 딱 그 형태입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의견 수렴 절차를 요식행위로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 손실의 출발점에 이런 구조가 있었다는 게 더 씁쓸합니다.
이번 사태의 경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청와대 비공개 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방향이 사실상 결정됨
- 금융업계의 자발적 요청이 있었던 것처럼 정부가 공식 해명을 내놓음
- 상품 출시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수십조 원대 손실을 입음
- YTN이 비공개 회의 문건을 입수해 정부 해명과의 괴리를 보도
-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
- 야당이 고발과 특별검사(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진상 규명 압박 중
공직 사회의 신뢰는 결국 정보 공개와 절차적 투명성에서 나옵니다. 피해자들이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자책하는 사이, 정책 결정 구조 자체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의 무게가 다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분노보다 허탈함이 먼저 들었습니다.
사퇴로 끝낼 수 없는 이유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퇴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게 끝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퇴(辭退)란 직위에서 물러나는 행위일 뿐, 법적·민사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수십조 원대 피해를 야기한 정책 결정에 대해 직위를 내려놓는 것만으로 마무리된다면, 앞으로도 비슷한 밀실 행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위험 금융 상품의 불완전판매(Mis-selling) 문제는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불완전판매란 투자자에게 상품의 위험성과 구조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거나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상품을 권유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도 이 구조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상품의 위험성보다 수익성이 전면에 내세워졌고, 개인 투자자들은 음의 복리 효과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유입됐습니다.
특별검사(특검)는 독립적인 수사 주체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제도입니다. 야당이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번 사안이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거짓 해명과 밀실 결정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는, 설령 특검이 도입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책임 추궁 없이는 이번 사태는 미완으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 보호 제도(investor protection mechanism)란 금융 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전반을 가리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위험 상품의 도입 절차, 적합성 심사 기준, 사후 투자자 구제 방안까지 제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저도 이 방향에 동의합니다. 사퇴 한 건으로 이 모든 논의를 덮는 건 너무 손쉬운 마무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일반 ETF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A. 일반 ETF는 다수 종목을 분산 편입해 시장 평균 수익률을 추구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 하나의 주가 변동을 2배로 추종합니다. 분산 효과가 없는 데다 음의 복리 효과까지 작동하기 때문에 같은 기간 동안 일반 ETF보다 훨씬 큰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전문 트레이더 사이에서도 단기 투기 목적 외에 장기 보유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Q. 청와대 비공개 회의 문건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드러났나요?
A. 정부는 그동안 금융업계의 요청으로 상품을 도입했다고 해명했지만, 입수된 문건에는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요청한 금융사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미 방향을 정해두고 형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만 밟은 정황이 담겨 있습니다. 이 문건이 핵심 쟁점이 된 이유는 정부 해명의 진실성 자체를 뒤흔들기 때문입니다.
Q. 김용범 전 정책실장이 사퇴했는데 추가 법적 책임이 가능한가요?
A. 사퇴는 직위 해제일 뿐 법적 책임과는 별개입니다. 야당이 고발을 진행하고 특검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직권남용이나 허위 공문서 관련 혐의 등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혐의 성립 여부는 수사 기관의 판단에 달려 있으며, 현재로서는 진상 규명 절차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Q. 개인 투자자가 레버리지 ETF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있나요?
A. 불완전판매가 인정될 경우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피해 구제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 손실 자체를 전액 보상받는 건 현행 제도상 쉽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피해자 집단 소송이나 입법을 통한 구제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는 금융 상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이 얼마나 투명하지 않게 결정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피해를 입은 개인 투자자들이 스스로를 탓하는 사이 구조적 문제가 묻혀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유사한 고위험 상품이 도입될 때 이번 논란이 최소한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되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또는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instagram.com/p/DdWopHut6Aa/?stkn=MWRsNGRuZHNhdWRlcg%3D%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