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CBDC '프로젝트 한강' 2단계 강행… 45만 명 청원 묵살과 사생활 침해 논란
한국은행 CBDC '프로젝트 한강' 2단계 강행… 45만 명 청원 묵살과 사생활 침해 논란
신용카드 명세서를 볼 때마다 제가 한 달 동안 뭘 먹고 어디서 쓴 지 한눈에 다 보이는 게 솔직히 찜찜하게 느껴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증사업 '프로젝트 한강' 2단계가 이르면 올 9월 시작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 찜찜함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5만 명 넘게 동의한 반대 청원, 그리고 '프로그래밍 기능'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신용카드 명세서가 찜찜했던 이유, 알고 보니 CBDC 문제였다
저도 처음엔 이게 그냥 기술 뉴스려니 했습니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란 실물 지폐 대신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 통화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한국은행이 직접 만드는 '디지털 현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좀 더 들여다보니, 제가 매달 느끼던 그 찜찜함과 정확히 같은 선 위에 있는 문제더라고요.
평소 현금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편의점 하나 들러도 카드 꺼내고, 밥 한 끼 먹어도 페이 앱 켜고. 그러다 보니 제 지출 데이터가 카드사, 은행, 결제 플랫폼 곳곳에 흩어져 있는 건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CBDC가 일상에 도입된다면 그 흐름이 이번엔 중앙은행 시스템, 즉 국가 단위의 인프라에 기록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규모와 주체가 다르니 느껴지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2025년 4월 이후 CBDC 반대 청원이 10건 접수됐고, 누적 동의자는 45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숫자가 그냥 지나쳐지지 않았습니다. 45만이면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입니다. 기술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아니라, 자기 돈이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우려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있다는 뜻이니까요.
예금토큰과 프로그래밍 기능, 이 두 단어가 핵심이다
한국은행 측 설명을 들으면 처음엔 "아, 그렇구나" 싶습니다. 한은이 직접 발행하는 건 기관용 CBDC이고, 일반 이용자가 실제로 쓰는 건 예금토큰(Deposit Token)이라는 겁니다. 예금토큰이란 시중은행이 CBDC를 기반으로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으로, 기존 예금을 토큰화한 형태입니다. 한은은 개인의 거래를 직접 들여다보지 않고, 시중은행이 이를 발행·관리한다는 구조입니다.
그 논리 자체는 이해됩니다. 제가 직접 알아보니 실제로 소매용 CBDC와 도매용 CBDC는 구조가 다르고,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방식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디지털 유로 설계와도 일부 유사한 '이중 구조' 방식(출처: 한국은행 CBDC 안내)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은행이 중간에 끼는 만큼 중앙은행이 개인 정보에 직접 접근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출 수 없는 게, 바로 '프로그래밍(Programming)' 기능 때문입니다. 프로그래밍 기능이란 디지털화폐에 사용처와 유효기간을 조건으로 설정해 특정 용도 외에는 쓸 수 없도록 제한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번 2단계 실증에서는 국고보조금을 예금토큰으로 지급하면서 이 기능을 테스트할 예정입니다. 보조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추적하고 제한하는 것, 그게 처음엔 합리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술이 보조금을 넘어 일반 거래에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 월급이 특정 항목에만 쓰이도록 제한된다면? 그건 이미 경제적 자유의 문제입니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서 실증 예정인 주요 기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고보조금의 예금토큰 지급 — 사용처 지정 및 유효기간 설정 테스트
- 한국은행 및 시중은행 9곳 참여하는 실거래 환경 테스트
- 기관용 CBDC 기반 예금토큰 발행·유통·정산 전 과정 실증
-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방식의 자동화 조건 설정 기능 검증
네 번째 항목의 스마트 컨트랙트란 사전에 정해진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는 블록체인 기반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어떤 조건을 심느냐에 따라 통제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오는 우려입니다.
미국은 법으로 막는데, 국민청원은 형식적 창구에 그치는 건 아닐까
이 대목에서 미국 사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개인용 CBDC 발행을 원천 차단하는 '반CBDC 감시국가법(CBDC Anti-Surveillance State Act)'을 추진 중입니다. 이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고 현재 상원에 계류 중입니다(출처: 미국 의회 법안 정보).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입법 단계에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법으로 명시한 겁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45만 명이 서명한 청원이 있어도 당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불투명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국민동의청원이란 일정 수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제도인데, 막상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된다 싶으면 형식적 답변으로 뭉개지는 경우를 여러 번 봐왔거든요. 수십만 명이 목소리를 높였는데 그게 실질적인 정책 수정으로 이어진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솔직히 자신 있게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청원 창구를 열어두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그 창구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장치로만 기능한다면, 그건 소통이 아니라 소통의 연기(演技)에 불과합니다. 특히 이번처럼 개인의 경제적 자유와 직결된 사안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과 관련된 데이터에 대해 개인이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CBDC 논의에서 이 원칙이 어떻게 설계에 반영되는지가 핵심인데, 그 부분에서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BDC와 예금토큰은 뭐가 다른가요?
A.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법정화폐이고, 예금토큰은 시중은행이 CBDC를 기반으로 발행하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에서는 한은이 기관용 CBDC만 발행하고, 일반 소비자가 실제로 쓰는 건 시중은행이 관리하는 예금토큰 형태입니다. 그래서 한은은 "국가가 개인 거래를 직접 들여다보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합니다.
Q. 프로그래밍 기능이 왜 문제가 되나요?
A. 프로그래밍 기능이란 디지털화폐에 사용처나 유효기간 같은 조건을 사전에 심어두는 기술입니다. 보조금의 올바른 사용을 유도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이 기술이 확대 적용될 경우 국가나 기관이 개인의 소비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제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돈이 조건부로 작동한다는 것 자체가 경제적 자유의 본질과 충돌할 수 있습니다.
Q. 국민청원 동의자가 45만 명인데 실제로 효력이 있나요?
A.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일정 수 이상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위원회에서 심사해야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다만 심사가 정책 변경을 의무화하는 건 아닙니다. 당국이 청원 취지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반영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고, 이번 CBDC 반대 청원이 2단계 실증 일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Q. 미국의 반CBDC 감시국가법은 어떤 내용인가요?
A. 연방준비제도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용 CBDC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는 법안입니다. 개인 금융 정보가 정부에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하원을 통과한 상태에서 상원 심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입법으로 선제 차단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접근 방식과 대비됩니다.
Q.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 일반 국민도 참여하게 되나요?
A. 2단계는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9곳이 참여하는 실거래 테스트로 진행됩니다. 국고보조금 지급 등 특정 사안을 중심으로 실증이 이뤄질 예정이며, 전면적인 일반 이용자 개방은 이 단계에서는 계획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이후 단계에서 범위가 확대될 수 있습니다.
기술은 항상 중립적으로 출발합니다. 문제는 그 기술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견제 장치와 함께 운용하느냐입니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가 시작되는 올 하반기, 저는 실증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이 얼마나 진지하게 반영되는지를 더 눈여겨볼 생각입니다. 디지털 편의성을 누리면서도 경제적 자유와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균형점이 어디에 있는지, 이건 기술 뉴스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관심을 끄지 않는 것 자체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instagram.com/p/Dc84CKak3sO/?stkn=MWw4OG92b3NmdXRidg%3D%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