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7억에 월세 162만 원 시대, 서울 세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유
전세 7억에 월세 162만 원 시대, 서울 세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유
작년 재계약 시즌, 집주인한테서 보증금을 1억 넘게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눈앞이 캄캄해진 채로 발품을 팔아봤지만 순수 전세 매물은 찾을 수가 없었고, 그 자리를 반전세와 월세가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 7억 원을 넘고, 월세는 162만 원까지 오른 지금, 세입자들의 선택지는 사실상 사라지고 있습니다.
매물 실종 — 전세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들
일반적으로 전세 매물이 줄면 집값이 오르거나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분산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수요가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들이 아예 선택지 자체를 잃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발품을 팔아 돌아다녀도 나오는 매물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공급이 줄어드는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서울 및 일부 경기 지역 주택 매수 시 실거주 의무(실거주 요건이란 주택을 산 사람이 직접 그 집에 살아야 한다는 조건입니다)가 생기면서 집주인들이 임대를 꺼리기 시작했습니다. 6·27 규제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이 금지되고, 전세 퇴거 대출 한도가 1억 원으로 묶인 것도 악재였습니다. 전세 퇴거 대출이란 세입자가 나갈 때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쓰는 대출인데, 이 한도가 묶이자 집주인들이 아예 전세를 안 놓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까지 겹쳤습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액을 9억 원으로 낮추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줄이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종합부동산세란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매기는 보유세로, 공제액이 줄수록 납세 부담이 늘어납니다. 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거나 실거주를 선택할수록, 임차인이 선택할 수 있는 전세 매물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이달 기준 7억1178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강북권 14개구가 지난해 말 대비 7.43% 오르며 강남 11개구(4.87%)의 상승률을 앞질렀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제가 살던 곳도 강북 외곽이었는데, "강북은 아직 싸다"는 말이 이젠 완전히 옛말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월세 폭등 — 160만 원 시대가 열렸다는 것의 의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전세가 없으니 월세로 눈을 돌렸는데, 월세 시장도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2만 원으로, 처음으로 160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한 달 전인 6월(159만2000원)보다 1.7% 오른 수치입니다.
보증부 월세(흔히 반전세라 불리는 형태로,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매달 월세도 내는 방식입니다)를 포함한 월세 비중은 올 6월 기준 55.4%로, 1년 전(43.5%)보다 약 12%포인트 올랐습니다. 절반 이상이 월세 또는 반전세인 셈인데, 이걸 직접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은 통계 숫자보다 훨씬 컸습니다.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닙니다. 월세 162만 원에 관리비, 생활비까지 더하면 직장인 월급의 절반이 주거비로 사라지는 상황이 현실이 됩니다. 서울 아파트 월세 통합가격지수(주택 월세 시장 전반의 가격 수준을 지수화한 지표입니다)는 7월 기준 103.98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해 4월 140만 원을 넘긴 뒤 올해 1월 150만 원, 6개월 만에 160만 원을 돌파하는 속도를 보면 이 흐름이 쉽게 꺾일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월세화 현상이 빨라지는 배경에는 시장 구조 변화도 있습니다. 1인 가구가 늘고, 전세사기 여파로 목돈을 맡기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퍼졌습니다.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를 선호하며 보증금 대신 유동 자산을 보유하려는 경향도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결론은 같습니다. 월세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공급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주요 배경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전세사기 여파로 임차인들의 전세 기피 심리가 강해짐
- 6·27 규제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이 금지되고 전세 퇴거 대출 한도가 1억 원으로 제한됨
- 10·15 대책으로 서울·수도권 주택 매수 시 실거주 의무가 신설되어 전세 공급이 위축됨
-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 증가로 매물 회수 또는 실거주 전환 움직임이 확산됨
- 1인 가구 증가와 유동 자산 선호 트렌드가 맞물려 월세 수요 자체가 구조적으로 늘어남
세입자 탈출 — 서울 밖으로 밀려나는 사람들
"서울이 너무 비싸면 경기도나 지방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알아보니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서울에서 밀려난 수요가 경기 외곽으로 이동하면서 수도권 전역의 전셋값이 연쇄 상승하는, 이른바 도미노 현상이 이미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출퇴근 시간도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오랜 시간 살아온 터전을 버리는 것도 쉽지 않고, 직장이 서울에 있는데 경기 외곽으로 밀려나면 왕복 3시간 이상의 통근을 감수해야 합니다. 주거비를 줄이려다 시간과 체력이라는 또 다른 비용을 치르는 셈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멀리 가면 뭔가 해결될 것 같았지만, 도망칠 곳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는 현실을 직접 느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도 전망이 어둡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임대 제외 기준)은 지난해 3만2370가구에서 올해 1만7210가구로 줄었고, 내년에는 1만3019가구로 더 감소할 예정입니다. 입주 물량이 줄수록 신규 전월세 매물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에 공급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출도 막혀 있습니다. 집을 사고 싶어도 규제로 대출 한도가 촘촘히 묶여 있고, 그렇다고 전세 매물도 없고, 월세는 월급을 삼킬 듯이 올라가는 상황. 제가 경험한 그 막막함이 지금 수많은 세입자들의 일상입니다.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이 그 부담을 임대료에 전가할 경우, 이미 오를 만큼 오른 전월세 가격이 한 번 더 튀어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주거 약자들이 규제의 빈틈에서 두 번 울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울 전세 매물이 이렇게 줄어드는 이유가 뭔가요?
A. 실거주 의무 신설, 전세 퇴거 대출 한도 제한,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강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집주인들이 임대 대신 실거주를 선택하거나 매물 자체를 거두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전세 공급이 구조적으로 줄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규제가 강해지면 시장이 안정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 경우는 오히려 공급을 죽이는 방향으로 작동했습니다.
Q. 반전세와 순수 전세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순수 전세는 보증금만 맡기고 매달 월세를 내지 않는 방식입니다. 반면 보증부 월세(반전세)는 일정 금액의 보증금과 함께 매달 월세도 납부하는 형태입니다. 전세 매물이 줄면서 집주인들이 대부분 반전세나 순수 월세로 전환하는 추세라, 요즘은 순수 전세 매물 자체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Q. 월세가 계속 오를 것 같은데, 지금 이사 결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전월세 시장 전반의 공급 물량 감소와 입주 물량 감소가 맞물려 있어 단기간에 가격이 꺾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세제개편안 수정 여부, 전세 안심신탁사업 시행 범위 등 정책 변수가 남아 있으므로, 계약 갱신 청구권(임차인이 1회에 한해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사용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서울 밖으로 이사하면 전셋값 부담이 줄어드나요?
A. 서울에서 밀려난 수요가 경기도로 유입되면서 수도권 외곽 전셋값도 동반 상승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알아봤을 때도 경기 외곽 단지들의 전세가격이 이미 상당히 올라 있었습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통근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는 점까지 감안하면, 단순히 주소를 옮긴다고 해서 부담이 크게 줄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매번 뉴스만 보면 전세, 월세, 매매가 할 것 없이 모두 오른다는 소식뿐이라 솔직히 힘이 빠집니다. 규제를 쌓을수록 시장이 안정된다는 논리가 현실에서는 다르게 작동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지금 당장 이사를 앞두고 있다면, 계약 갱신 청구권 사용 여부, 전세 안심신탁 가입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부동산·법률·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4156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