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형 퇴직연금, 이대로 방치하면 기업 손실? 알아서 굴려준다는 믿음의 함정
DB형 퇴직연금, 이대로 방치하면 기업 손실? 알아서 굴려준다는 믿음의 함정
DB형 퇴직연금은 기업이 운용하니까 근로자 입장에서는 신경 안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운용 현황 보고서를 들여다봤을 때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지난해 DB형 평균 수익률은 3.5%에 불과했고, IRP 9.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업이 알아서 잘 굴린다는 믿음, 실제로는 어떨까
확정급여형(DB, Defined Benefit)이란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급여액이 사전에 정해져 있고, 기업이 그 재원을 쌓아두고 직접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운용 손익이 기업에 귀속되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도 근로자가 받는 퇴직급여 자체는 줄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어차피 내 돈은 보장되니까 신경 꺼도 된다"고 여깁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매년 날아오는 퇴직연금 운용 현황 안내문을 서랍 안에 던져두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재무팀과 함께 적립금 내역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본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원리금보장형(元利金保障型), 즉 원금과 약정 이자를 보장하는 예금·채권 중심의 상품에 전체 적립금의 91.9%가 묶여 있었습니다. 안전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수익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2025년 기준 DB형 수익률 3.5%는 DC형 8.5%, IRP 9.4%와 비교하면 충격적인 격차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전문 운용사에 맡기니 개인보다 낫겠지 싶지만, 제 경험상 이건 정반대였습니다. 개인이 직접 굴리는 IRP가 DB형보다 2.7배 높은 수익을 낸 셈입니다. 기업 규모나 담당자의 관심도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하지만, 구조적으로 원리금보장형에 안주하는 관행이 수익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더 심각한 건 장기 추이입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누적 기준으로 DB형 수익률은 15.9%였는데, 같은 기간 누적 임금상승률은 18.9%였습니다. 3%포인트 차이가 뭐 별거냐 싶을 수도 있는데, 228조9000억원 규모의 적립금에 이 차이가 쌓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추가 부담이 됩니다. 임금이 오를수록 기업이 미래에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도 같이 불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원리금보장형에만 묶이면 왜 위험한가
인플레이션 헤지(Inflation Hedge)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원리금보장형만으로는 이 헤지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3%대 수익률은 표면상 이자가 붙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가 상승률과 임금 상승률을 동시에 감안하면 실질 수익은 마이너스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이건 처음 보고서를 받았을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숫자는 플러스인데 실제로는 손해를 보고 있는 구조라는 게 쉽게 납득이 안 됐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듀레이션 불일치(Duration Mismatch)입니다. 듀레이션이란 채권이나 금융상품의 실질적인 평균 만기, 즉 투자금이 실제로 묶이는 기간을 의미합니다. DB형에 가입한 근로자의 평균 근속 연수는 7.1년인데, DB형이 투자한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83%는 만기가 3년 이내였습니다. 이 말은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할 시점과 운용 자산의 만기가 제각각이라는 뜻입니다.
금리가 떨어지는 국면에서 이 불일치는 특히 치명적입니다. 금리가 하락하면 퇴직급여 부채의 현재가치는 올라가는데, 단기 상품 위주로 굴리는 운용 자산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결국 기업은 부족한 적립금을 메우기 위해 추가 납입을 해야 합니다. 제가 몸담았던 조직에서도 연말마다 이 적립금 부족분 보전 때문에 재무팀이 진땀을 흘렸는데, 나중에야 그게 듀레이션 불일치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2025년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에 달했고, 이 중 DB형이 228조9000억원으로 45.7%를 차지합니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운용 비효율이 사회 전체의 노후 자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건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DB형 수익률 관리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듀레이션 관리와 포트폴리오 다변화, 실제로 얼마나 달라지나
일반적으로 DB형은 기업이 굴리는 돈이니 어차피 운용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꼭 맞는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퇴직연금사업자의 자문을 받아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다변화하면 수익률이 실제로 크게 달라집니다. 한 기업 사례를 보면 채권 중심 운용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을 섞는 방식으로 전환한 뒤 1년 수익률이 5.9%에서 7.4%로 올랐고, 올해 5월 기준으로는 25.5%까지 치솟았습니다.
실적배당형(實績配當型)이란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펀드·ETF 등의 상품을 말합니다. 원리금은 보장되지 않지만, 자산 시장이 우호적일 때 훨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장이 나쁠 땐 손실도 납니다. 그래서 실적배당형 상품을 무조건 많이 담는 게 답이 아니라, 원리금보장형과 적절히 배합하면서 동시에 듀레이션을 근로자 평균 근속 연수에 맞춰 조정하는 게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내부 설득이었습니다. "괜히 굴리다가 손실 나면 어쩌냐"는 보수적 분위기가 강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수치를 놓고 보면, 원리금보장형에만 묶어두는 게 오히려 더 큰 리스크였습니다. 임금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이 쌓이면 기업이 부족분을 추가로 납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리밸런싱(Rebalancing), 즉 시장 상황과 포트폴리오 목표에 맞춰 자산 비중을 주기적으로 재조정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뒤로는 이 부담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당국도 이 방향을 공식적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최소적립금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장에 대해 정기감독과 함께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며, 10월에는 목표수익률 설정과 자산 배분을 담은 퇴직연금 가이드북도 발간됩니다(출처: 고용노동부). DB형을 운용하는 기업이라면 지금이 운용 체계를 점검할 적기입니다.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목표수익률을 기업 임금상승률 이상으로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자산 배분 전략을 세운다.
-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을 혼합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원리금보장형 편중을 낮춘다.
- 운용 자산의 듀레이션을 근로자 평균 근속 연수(약 7년)에 맞춰 장기 상품 비중을 늘린다.
- 퇴직연금사업자의 자문을 정기적으로 받고, 시장 상황에 따라 리밸런싱을 실시한다.
- 최소적립금 충족 여부를 연간 단위로 점검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제재를 미리 방지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DB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으면 근로자가 받는 퇴직금도 줄어드나요?
A. 직접적으로 줄지는 않습니다. DB형은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되어 있어서, 수익률이 낮더라도 약속된 금액은 보장됩니다. 다만 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낮으면 기업이 부족한 적립금을 추가로 납입해야 하므로, 기업의 재무 부담이 커집니다. 결국 기업 전체의 재무 건전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DB형에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을 늘리면 손실 위험은 없나요?
A. 실적배당형 상품은 시장 수익률에 연동되므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안정성이 최우선이라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제 경험상 원리금보장형에만 의존하다가 임금상승률을 밑도는 수익률이 장기 누적되면 오히려 기업에 더 큰 부담이 생깁니다.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을 적절히 혼합하고, 듀레이션을 근속 연수에 맞춰 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라고 봅니다.
Q. 최소적립금 미충족 사업장은 어떤 제재를 받나요?
A.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최소적립금을 충족하지 못한 DB형 퇴직연금 사업장을 대상으로 정기감독을 실시합니다.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미충족 상태를 유지하면 추가 제재가 병행될 수 있습니다. 연말에는 반대로 모범 운용 기업을 선정해 포상도 진행합니다.
Q. DB형 퇴직연금 운용을 개선하려면 어디서 자문을 받아야 하나요?
A. 기업이 계약을 맺은 퇴직연금사업자(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 컨설팅을 요청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입니다. 금융감독원도 퇴직연금사업자들에게 기업 대상 컨설팅 강화를 공문으로 요청한 상태이므로, 적극적으로 자문을 구하면 됩니다. 10월 발간 예정인 금감원 퇴직연금 가이드북에도 목표수익률 설정과 자산 배분 방법이 구체적으로 담길 예정입니다.
DB형 퇴직연금은 근로자 급여는 보장되니 기업이 굳이 수익률을 높일 이유가 없다는 생각, 저도 한동안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적립금 부족분이 매년 추가 납입으로 돌아오는 현실을 겪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듀레이션 관리와 목표수익률 설정을 동반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결국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위한 길입니다. DB형을 운용 중이라면 지금 당장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컨설팅을 요청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725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