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명의 고가 주택 42%가 '황제사택'... 우리가 몰랐던 세금의 이중잣대"

"법인 명의 고가 주택 42%가 '황제사택'... 우리가 몰랐던 세금의 이중잣대"

솔직히 저는 이 문제가 이 정도 규모인지 몰랐습니다. 국세청이 고가 법인주택 2,639채를 전수점검했더니 그 중 42%인 1,097채가 사주 일가의 '황제사택'으로 드러났습니다. 길을 걷다 초록색 번호판 달린 고급 차를 볼 때 그냥 지나쳤던 것처럼, 저도 법인 명의 주택 문제를 먼 나라 얘기처럼 여겼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결과를 보고 나서는 그냥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전수점검, 뚜껑을 열어보니

국세청이 이번에 들여다본 기준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대상 고가 법인주택이었습니다. 종합부동산세란 일정 기준을 초과하는 부동산에 대해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으로, 국민주택 규모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9억 원을 넘는 주택이 대상입니다. 즉 이번 조사 대상 자체가 처음부터 '평범한 법인 보유 주택'이 아니라 이미 고가로 분류된 물건들이었습니다.

결과는 임광현 국세청장이 직접 "생각보다 심각했다"고 표현할 만했습니다. 임대용과 직원 기숙사 같은 업무용 주택을 걷어내고 나서도 1,097채가 사주 일가의 사적 공간으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평균 공시가격만 20억 원이 넘었고, 30억 원 초과가 453채, 100억 원을 넘는 것도 12채, 최고가는 200억 원을 초과했습니다. 한강뷰가 보이는 고급 아파트를 회삿돈으로 쓰면서 평직원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로 유지했다는 사례는 읽으면서 손발이 오그라들었습니다.

적발된 기업의 범위도 제 예상을 훨씬 벗어났습니다. 연매출 수십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부터 연매출 수십조 원의 대기업까지 고르게 나왔습니다.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법인주택 사적 사용, 세법은 어떻게 보나

이 부분을 두고 "법인이 주택을 보유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세법 조항을 찾아본 뒤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현행 세법에는 출자임원(出資任員), 즉 회사에 지분을 가진 임원과 그 친족이 법인 소유 주택에 무상으로 거주할 경우 그 이익을 근로소득(勤勞所得)으로 과세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소득이란 고용 관계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월급뿐 아니라 현물 급여나 주거 이익도 포함됩니다.

그런데도 이 규정이 수십 년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변칙 무상 거주 방식이 '업계 관행'처럼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일부 기업은 다주택 규제(多住宅規制)를 피하기 위해 사주 개인 명의 주택을 법인에 이전하는 방식을 쓰기도 했습니다. 다주택 규제란 개인이 2주택 이상 보유할 때 세금·대출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규정인데, 법인 명의로 돌리면 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입니다.

국세청은 이번 전수점검에서 드러난 1,097채 전체가 탈세라고 단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탈세 혐의가 확인된 법인에 대해서는 성실도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稅務調査)를 예고했습니다. 세무조사란 납세자의 신고 내용이 적정한지 검증하는 과정으로, 법인 전체 장부를 들여다보는 강도 높은 조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고급 콘도, 해외 사택, 유학비 지원까지 검증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도 함께 발표됐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와 향후 세무조사 방침은 (출처: 국세청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공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봉급생활자가 느끼는 온도차

저는 매달 급여명세서를 받을 때마다 원천징수(源泉徵收) 금액을 봅니다. 원천징수란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에 회사가 세금을 미리 떼어 국가에 납부하는 방식으로, 월급쟁이는 세금을 '선납'하고 나중에 연말정산으로 정산하는 구조입니다. 저는 법인카드 한 번 쓸 때도 증빙을 꼼꼼히 챙기고, 사무용품 하나 구매할 때도 결재를 받습니다. 이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결과를 보면서 그 '당연함'이 흔들렸습니다. 같은 회사 안에서 평직원에게는 '공공연한 비밀'로 유지되면서 오너 일가만 한강뷰 아파트를 사적으로 쓰고 있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세금 문제를 넘어 조직 안의 이중 기준을 보여줍니다. 이를 두고 "오너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가"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논리가 지금 시대에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봅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여주는 핵심 수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전수점검 대상: 종부세 부과 대상 고가 법인주택 2,639채
  2. 사주 일가 사적 사용 확인: 1,097채(약 42%)
  3. 공시가격 평균: 20억 원 초과
  4. 공시가격 30억 원 초과: 453채
  5. 공시가격 100억 원 초과: 12채, 최고가 200억 원 초과

숫자만 나열하면 실감이 안 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 최고가 200억 원짜리 주택의 취득세와 보유세, 관리비를 회삿돈으로 냈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비용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결국 그 기업과 거래하는 협력사나 소비자, 혹은 국가 세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하면 말이죠.

이번 조사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

"어차피 또 흐지부지되는 거 아니냐"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번에는 맥락이 좀 다르다고 봅니다. 이번 전수점검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반부패정책협의회의 후속 조치로 국세청이 직접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상위 정책 의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일회성 조사로 끝날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또한 이번 조치가 의미 있는 이유는 '탈세 확정' 이전에 '비정상적 관행의 전체 윤곽을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과세 당국이 2,639채 전체를 들여다봤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같은 방식을 쓰기 어렵다는 신호를 기업들에 보낸 것입니다. 조세정의(租稅正義)란 모든 납세자가 자신의 능력에 맞게 공정하게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인데, 이번 조사는 그 원칙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첫 번째 전수 검증이었습니다.

참고로 OECD는 법인의 사주 관련 세금 회피 문제를 BEPS(세원잠식 및 소득이전) 방지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다루고 있습니다. BEPS란 다국적 기업이나 대기업이 법·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줄이거나 과세 기반 자체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행위를 뜻합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국세청의 조치가 국제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조사 결과 발표와 실제 과세가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혐의 확인 → 세무조사 → 과세 처분 → 불복 절차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번처럼 전수 데이터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법인 명의로 주택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가요?

A. 법인이 주택을 보유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문제는 사용 방식입니다. 현행 세법상 출자임원과 그 친족이 법인 소유 주택에 무상으로 거주할 경우 그 이익을 근로소득으로 신고·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누락하면 탈세가 됩니다. 이번 국세청 조사는 그 신고 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Q. 이번에 1,097채가 모두 탈세로 처벌받는 건가요?

A. 국세청은 1,097채 전체가 탈세라고 단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적 사용 사실이 확인된 주택 중에서도 적법하게 과세 처리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혐의가 확인된 법인에 대해서는 성실도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고급 콘도·해외 사택·유학비 지원 등으로 조사 범위도 확대됩니다.

Q. 초록색 번호판 법인차와 법인주택은 어떤 관계인가요?

A. 직접적인 법적 연계는 없지만 구조는 비슷합니다. 법인 명의 차량에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한 것은 법인 자산의 사적 사용을 외부에서 식별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입니다. 법인주택 역시 같은 맥락에서 법인 자산이 개인 사익에 이용되는 것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Q. 일반 직원도 법인 소유 사택에 살면 세금을 내야 하나요?

A. 일반 직원이 회사 기숙사나 사택에 거주하는 경우, 일정 기준 이하의 주거 지원은 비과세 혜택이 적용됩니다. 반면 출자임원, 즉 지분을 보유한 임원이나 사주 일가가 거주하는 경우에는 그 이익 전액이 근로소득으로 과세됩니다. 같은 회사 사택이라도 누가 사느냐에 따라 과세 기준이 달라집니다.

이번 국세청 전수점검이 단순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후속 세무조사와 과세 처분이 실제로 이어져야 합니다. 조사를 발표하는 것과 과세를 완결짓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저처럼 매달 원천징수로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작은 비용 하나도 증빙을 챙기는 직장인들이 "규칙을 지키는 다수가 존중받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으려면, 이번 조사가 실질적인 조세정의로 이어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626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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